"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 삶은 결국 선택(Choice)의 연속이다.
솔직히 말하면, 볼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 초대장이 날아왔습니다
러닝타임 3시간에 가까운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다는 게, 상상만으로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표님으로부터 캘린더 초대가 왔습니다.
🎬 Insight Friday
매주 진행하던 경영진 간담회를 이번 주만큼은 형식을 바꿔서, 영화를 함께 보고 리더십 관점에서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초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보고 싶은 영화도 아니었는데, 시간까지 금요일 18:30이었으니까요. 퇴근 이후에 영화를 보고, 거기에 토론까지 한다고요?
심기가 몹시 불편했지만, 초대를 수락했습니다.
전 어차피 Yes Man이니까요. 😅
🍿 그래도 기대되는 게 있었다면, THE BOUTIQUE PRIVATE
불만 가득한 마음 속에 딱 한 가지 기대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장소가 코엑스 THE BOUTIQUE PRIVATE이었기 때문입니다.
8인 규모의 스크린을 단독으로 대관해서, 우리끼리만 오붓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기대는 이상이었습니다. 라운지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담소를 나누며 맥주 한 잔을 곁들이고 영화를 봤습니다. 공간만큼은 완벽했습니다.
영화의 재미는... 딱 생각한 만큼이었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는 아니었고,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습니다.
⚔️ 오디세우스 이야기 - 10년이 걸린 귀환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다는 이야기, 많이들 아실 겁니다.
영화를 보고 여러 경영진과 대화를 나눴는데, 제가 내린 감상은 이 한 문장이었습니다.
"오디세우스의 찰나의 선택이 10년을 지배했다."
오디세이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Hubris(휴브리스)**입니다. 직역하면 '오만'입니다. 제가 본 오디세우스는 지나친 자기 확신과 무모함을 가진 인물이었고, 그것이 신들의 분노를 사서 결국 귀환을 수년이나 늦췄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오디세우스였다면? 외눈박이 괴물의 눈을 굳이 찌르지 않고, 이타카로 돌아가서는 바로 정체를 밝혔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조금 더 해피엔딩이었을 텐데.
📺 무한도전의 명언이 떠올랐습니다
오디세이를 보며 한 가지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종영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Yes or No' 특집이었습니다.
선택 하나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형돈이는 마라도까지 가서 짜장면도 못 먹고 돌아와야 했죠. 그 특집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삶은 결국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뜻입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선택에 따라 10년이 걸렸지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쩌면 10일이면 충분했을지도 모릅니다.
💼 회사 생활도 결국은 선택입니다
직장 생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책임자'라는 직책은 어쩌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는 결재 문서마다 '승인'을 눌러야 할지, '반려'를 눌러야 할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이 방향이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짧지 않은 직장 생활을 돌아보며, 문득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나는 혹시 나 자신의 Hubris에 갇혀, 관성처럼 업무를 처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솔직하게 돌아봤을 때, 일정 부분은 그렇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 오디세이가 남긴 질문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자리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져왔습니다.
제가 오디세이에서 끌어낸 결론은 이겁니다.
"우리의 성공을 만들어준 강점이, 어느 순간 우리의 Hubris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어제의 자신감이 오늘의 오만이 되는 순간, 귀환은 10년으로 늘어납니다.
Yes Man으로서의 금요일 저녁 영화 관람, 결코 가고 싶지 않았지만 - 꽤 오래 남을 질문 하나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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